3시에 체크인을 하느라 애매해져 버린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누사의 거리는 따가운 햇살과 함께 잘 어울린다.
한가한 마음으로 휴가를 온 나에게는 더욱더 멋지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고래 모양의 멋진 인테리어를 한 fish & chips 가게를 발견했다.
해산물이 골고루 튀김으로 나오는
Seafood Platter와 음료를 주문했다.
튀긴 음식이라서 그런지 조금만 먹었는데도 금방 배가 불러졌다
아니, 그것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조금 아까 마셨던 웰컴 주가 이제 나의 몸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것 같았으니까...
살짝 구름에 뜬 기분이라고나 할까?
멍해진 나는 열심히 따라 걸으며 바닷가도 산책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또 휴식을 취했지만 여전히 살짝 뭐라 말할 수 없이 나만 느껴지는 멍함 속에 갇힌 기분이다.
호텔로 들어가 각자 잠시 쉰 뒤 가족 여행을 오면 늘 하던 보드게임을 꺼내놓았다. 오늘은 새로 시작하는 새로운 종류의 보드게임을 하려 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집중이 어려워 잠시 쉬기로 하고 발코니로 나가 앉았다.
발코니 앞쪽으로는 작은 선착장이 있었고 여러 가지 모양의 작은 배들이 띄엄띄엄 정박을 하여 손님들을 내려주고 다시 태운다..
밤에 보는 강은 또 다른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작은 조명들이 반짝이고 그 불빛들이 강물에 반사되어 하늘하늘 춤을 추듯 흔들리는 모습은 멍한 나를 편안한 물멍으로 인도하는듯하다.
하루를 감사하는 일기를 쓸까 했지만
오늘밤은 아무래도 잠자리에
빨리 드는 것이 최선일듯싶다.
보드 게임을 하며 웃음꽃이 가득인 가족들을 뒤로하고 나는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남편은 컵밥처럼 나온 누룽지에 물을 부어 뜨끈하게 속을 달래고 아이들은 과일과 빵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빵에 아보카도를 발랐지만 앗! 소금과 후추를 가져오지 않았다. 능청스럽게 제니는 그 위에 조미김을 올려서 먹었는데
어! 이게 맛있을 일인가 ㅎㅎ
커피와 어울릴지 않을 거 같은 조합이었는데
잘 어울려서 새로운 발견이라며 웃는다.
오늘의 일정은 Fairy Pool
누사국립공원에 해안 트레이를 따라 1시간 정도 하이킹을 하면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바위 웅덩이를 만날 수 있는데 그것이
Fairy Pool이다.
비가 온 뒤라 햇빛이 따가웠지만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출발했다.
그곳에 가면 바로 물에 들어가기로 하잔다. 그래서 미리 수영복을 입고 가자는 아이들의 말에 우리는 모두 수영복을 입고 아이들은 반바지만 위에 입었지만 난 긴 평평한 세일러 원피스를 입은 터라 점점 더워지니 걸을 때 치마가 자꾸 다리를 휘감는다.
1시간을 걷는 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무사히 크고 뜨끈뜨끈 달구어진 돌들을 조심조심 건너 도착했다.
이미 물 안에 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 간 시간은 마침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물이 들어올 때는 파도가 세게 쳐서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과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핑계로 물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보통의 엄마들처럼...
사실은 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딸들은 계속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올해 들어 짐에 가서 수영을 해서였을까?
갑자기 "Why not? 난 수영복도 입었잖아?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는 억양이 센 영국 영어 발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관광객인듯한 무리가 가족 단위로 있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나는 용기를 내어 원피스를 휙 벗어던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미끌거리는 바위를 조심조심 밟아서 바위 위에 찰싹 달라붙었다.
파도가 칠 때면 둥둥 떠다니려 하는 몸을 바위에 꼭 붙이려 애를 쓰며 뾰족한 바위에 발이 찔릴까 온통 긴장이 되었다.
용기를 내어 물속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두렵기만 한, 즐기지 못하는
마음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이쪽으로 와! 여기는 모래 바닥이야"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 조심조심 그쪽으로 갔고 몇 발자국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거기는 정말 평온한 모래 바닥이 있었고 앞에는 넓적한 바위가 있어서 파도가 치면 그쪽으로 숨으면 되니 정말 좋은 요새 같았다.
갑자기 마음이 안정되면 미소가 떠올랐다.
파도가 치니 작은 물고기들과 우뭇가사리 같은 수초가 파도를 파도와 함께 쓸려 왔다.
우리는 신이 나서 수초를 하나씩 잡고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며 함께 그 시간을 즐겼다.
점점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와 나왔다.
빠져나오기 전.... 앗! 설마...
누군가 나를 보며 웃는 얼굴들이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써서 누군지 잘 모르겠다.. 설마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
근데 지인즐이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 브리즈번은 촌 아래 리 와 같은
작은 한국동네 같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땀이 흐른다.. 다시 1시간을 돌아가려니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가는 길은 그다지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누사 내셔널 파크에서 내려와 보니 휴일이라 문을 연 곳이 별로 없고 바빠 보였다. 하는 수없이
호텔로 돌아와 룸서비스로 간단히 시키고 있는 음식과 함께 휴가의 식사를 즐긴다.
오후 수영장 sunbed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는 사치를 부려본다.
늘 크리스마스는 늘 예배와 함께 했는데 오늘은 다른 곳에 있으려니 마음이 무거웠는데
저녁시간 호텔 라운지에 중창단이 왔다.
누사 콰이어에서 나와 캐럴을 불러주었다.
아름다운 화음이 라운지를 가득 메운다.
무거운 마음이 위로를 받는다.
저녁은 호텔옆 멋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계단식으로 특이하게 만들어진 보기 드문 스타일의 레스토랑이어서 가보고 싶기도 했던 곳이다.
역시 맛도 좋았다.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 후 한국을 여행할 Claire를 위해 호주스러운? 귀여운 장난감들을 샀다. 권투 하는 캥거루, 코알라인형등..
한국에 있는 울 조카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아쉬운 마음과 행복한 마음으로
어두운 밤바다를 산책하였다.
간단히 가족예배를 드리고
오늘은 내가 이긴다! 를 외치며
보드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늘 위너는 아이들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천천히 일어나 화장하는데 공을 들이는
두 공주님과 깊은 잠에 빠진 남편을 깨워
바닷가를 산책했다.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와 반짝이는 태양빛을 보며 마음 안에 꾹꾹 담아 놓는다.
이 평화로운 마음도 함께 담는다.
아쉬운 마음에 호텔 로비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사진도 찍고 3일 내내 수영을 하여 까맣게 탄 아이들도 열심히 찍어준다.
언제 저렇게 커버렸는지..
오전에 수영을 즐긴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이미 잠이 깊이 들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운전하는
남편의 시중을 든다.
커피 시중, 과자 시중, 어깨 마사지 시중 ㅎㅎ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바라보는듯하다.
새로운 2025년을 잘 살라고 응원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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