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4번째 시드니행.. , 남편의 즐거운 마음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살짝 리듬감 있게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며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김미경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동행하겠다는? 그의 제안이 오늘의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비행기 안, 창가에 앉아 여유로운 마음으로 전자책을 펼쳤다.
두 여자 주인공의 핀란드 여행기가 펼쳐졌고, 하늘 위에서 읽는
또 다른 여행 이야기는 마치 여행 속의 여행 같은 이중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시드니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복잡한 대중교통 체계가 낯선 우리는 망설임 없이 우버를 불렀다.
도시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갈 때, 가슴 한편이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시드니 지인,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이사한 그분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MKYU 아카데미의 연결망은 정말 놀라웠다.
마치 문어의 다리처럼 여기저기 뻗어나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호텔에 얼리 체크인을 마치고 찾아간 맛집.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 예상대로
웨이팅 리스트는 길었다.
9번째로 이름을 적고 있는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프라이즈!"
뒤돌아보니 온라인 만남으로만 알고 있던 소리님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이렇게 반갑게 만나다니 말이다.
온라인에서만 만났던 우리가 이렇게 반가을수 있는 것은 MKYU안에 있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2주 1회 모여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북클럽 때문이리라.
역시 소문난 타이 음식점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셰프가 직업인 소리님의
강추한 곳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역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시끄러운 공간에서 우리도 목소리를 더
높여 대화를 이어갔다.

타이 음식전을 나와서 끈적하게 더운 날씨를 피해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괸시리 허공을 바라보며 심심해하는 남편을 잠시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시라 제안 했고, 남편은 슬며시 웃으며 거리로 나선다.
온라인의 세계는 참 낯설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50대 후반의 나와 30대 초반의 그녀 60대 후반의 다른 한 사람이 뭉쳐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 셋이서 30살이 넘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대화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남편이 돌아왔지만,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대화를 계속했고,
한 시간쯤 흐른 뒤에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헤어졌다.
그 후 가까운 뮤지엄으로 걸어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얀 발레복을 입은 남자들? 무리가 지나가더니, 노란색 꿀벌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한 무리 지나갔다. 심지어 팬티만 입고 얼굴엔 복면을 쓴 남자도 보였다. 마디 그라 축제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퍼레이드 준비를 하고 있는 뮤지엄으로 향하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다리를 헛디뎠고, 내 휴대폰이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치는 걸
슬로 모션처럼 지켜보며 나도 길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양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고, 무릎도 까졌다.
, 왼쪽 발날이 욱신거려다.
아.. 어떡해...
창피함도 아픔도 잊어버리고
난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됐다.
앞서 걷던 남편은 놀라 나를 일으키려 했지만,
나는 놀란 마음과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면서 창피함에 벌떡 일어나야 했건만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가까운 벤치에 나를 앉혀 놓은 남편은 약을 사러 달려갔다.
소독약과 밴드 묶음을 들고 뛰어오는 남편... 손바닥에 약을 뿌리니
따가움에 몸이 움찔거렸다.
남편의 부축을 받아 우버로 호텔에 돌아왔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얼음주머니를 얻어 다리에 얹고 침대에 누우니 아픔이 더 실감 났다.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여행을 망친 것 같아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남편은 " 좀 어때? 괜찮아?"라고 물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살살 걸어서 나가보자. 시티니까 근처에 맛집이 있을 거야. 달링하버 맛집 탐방이다!
여기는 시드니잖아!"
구글링으로 찾은 것은 600m 반경의 횟집과 포크립 가게였다.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를,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회를 먹자고 했다.
실랑이 끝에 먹고 싶은 것은 커넝 얼른 다시 돌아가서 눕고 싶었지만, 고마운 남편의 의견을 수렴하여
횟집으로 갔다.
마침 한국분이 운영하는 소박하고 작은 가게, 밖에서 볼 때는 의자도 몇 개 없고 손님도 없었다.
지나온 고깃집은 사람이 바글바글 했는데.. 여기가 맛이 있으려나...?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온통 다친 발로 신경이 곤두 슨 나는
따뜻한 우동 국물이라도 먹자 싶어 우동, 내가 좋아하는 소프트 크랩 초밥, 그리고 남편은 회와 필라델피아 초밥을 시켰다.
우리가 좀 이른 시간에 간 걸까 우리가 오고 잠시 후 가게는 금새 손님으로 꽉 차기 시작하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잠시후 나온 회에 우리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두툼한 회의 두께에 군침이 돌기도 했지만 정갈한 상차림이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일본 만화 속에 나오는 가게 같은 느낌은 여행이라는 양념이 더해지며 또 다른 행복을 만나는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저녁시간을 보냈다.

역시 남편! 구글 리뷰를 잘 찾아보았네 남편이 최고네! 미안한 마음에 애교 섞인 칭찬을 한바탕 하고 일어나 보았다.
여전히 욱신욱신 하지만 호주 만병통치약 파나돌 덕분인지 좀 덜한 듯도 하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호텔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얻어온 얼음을 다리에
얹고는 남편에겐 염치가 없지만 저녁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 내 여행계획은 이게 아니지 아니었는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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